올해 전국 중·고교생 가운데 기초학력이 미달되는 학생(학습 부진아) 비율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2014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중3, 고2 전체 학생 중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3.9%로, 지난해(3.4%)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했다. 2010년 4.2%, 2011년 2.8%, 2012년 2.6% 등으로 줄어가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지난해 처음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는 중학교 3학년 학생과 고교 2학년생 107만명을 대상으로 국어·영어·수학 세 과목 시험을 치렀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크게 '보통학력 이상(교육과정의 50% 이상 이해)' '기초학력(교육과정의 20~50% 이해)' '기초학력 미달(교육과정의 20% 미만 이해)'로 나눠 발표한다.
그런데 올해 중3의 경우, 수학에서 기초학력 미달인 학생 비율이 작년보다 0.5%포인트 높아진 5.7%였다. 영어는 3.3%, 국어 2%였다. 고2의 경우, 영어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5.9%로 2010년 이후 가장 높았고, 수학 5.4%, 국어 1.3%였다.
지역별로는 16개 시·도(세종 제외) 가운데 서울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5.6%)이 가장 높았고 이어 전북(5%), 강원(4.9%), 경기(4.7%), 전남(4.4%) 순이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가장 적은 지역은 충북(1.6%), 울산(2%), 대구(2.1%)였다.
대도시와 읍·면 간 학력차도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확대됐다. 대도시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3.75%)과 읍·면 기초학력 미달 비율(4.15%) 간 차이가 0.4%포인트로 작년(0.3%포인트)보다 벌어졌다. 대도시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82.5%)도 읍·면(77.3%)보다 5.2%포인트 높아 도농 간 학력 격차가 지난해(5.0%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지난 정부보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시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방향만 강조하면서 학교가 과거보다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교육을 소홀히 했다"고 말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기초학력 향상과 관련된 예산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무상 급식 등 보편적 복지에만 투여하고 학력 향상은 도외시하면서 불거진 결과"라고 했다. 실제 전국 시·도교육청의 학력향상 예산 집행액은 2011년 1695억원에서 2013년 1071억원으로 줄었다.
한편 본지와 교육업체 '하늘교육'이 정보공시 사이트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1801개 고등학교와 3112개 중학교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응시생 전원(100%)이 보통학력 이상을 기록한 고교는 69개교였다. 이 중 특목고·자율형사립고·영재학교가 47곳이었고, 일반고는 22곳이었다. 일반고 중 보통학력 이상이 100%인 학교는 경남 4곳, 충남 4곳, 충북 4곳 등이었고, 서울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중학교 가운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100%인 학교는 서울 대원국제중 1곳(응시인원 20명 미만 학교 제외)이었다. 그 밖에 부산 브니엘국제예술중, 경기 청심국제중 등 국제중학교의 성적이 좋았고, 일반중학교에선 충북 충주미덕중이 최상위였다.
